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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독서

[1월 리뷰/박종명]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 
 제목        :  이기적 유전자
 저자        :  리처드 도킨스
 출판사     :  을유문화사

 [간단 소개]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적 견해를 풀이한 서적. 유전자의 이기주의를 통해 인간의 사회행동을 규정하고 풀이해 나간다. 인간의 존재의미에 대해 유전자적 레벨에서(!) 풀이한 책.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사실 이 질문은 이 책과는 그다지 상관은 없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왜인지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을 읽다 보면 자꾸만 신이 있는지 신경 쓰이게 됩니다. 그가 종교를 싫어해서 일까요? 아마도 그가 열렬한 다윈주의자이고, 종교를 싫어하며, 창조론(지적설계론)을 매우매우 반박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책은, 첫장에서 진화론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다위니즘,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그룹 선택설 등의 내용을 펼쳐줍니다. 이후 유전자를 통한 인간의 행동양식을 따지고자 합니다. 예를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일, 아이를 낳고 기르며 정성을 쏟는 일 등이 어째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유전자적 측면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즉 도킨스의 이론을 압축하자면, 사람이 행동을 하는 모든 측면에는 바로 '유전자의 영향력'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진화의 존재를 개체나 종으로 보지 않고 유전자로 보았다는 점이죠.

도킨스는 1장에서 '이기적 유전자'라 할 때 유전자가 이기적이다라는 의미는 일종의 비유로서 봐야지, 유전자에게 어떤 이타성이나 이기성이 잠재되어있다고 봐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이기주의와는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는거죠. 이 책을 읽을때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읽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나란 인간은 결국 허무한 껍데기에 불과했나' 라는 자조에 빠지기 쉽상이거든요.

도킨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란 그저 유전자라는 탑승자가 프로그래밍한대로 움직이는 로봇에 불과합니다. 유전자는 어찌보면 불사의 존재입니다. 무한히 복제하며 살아가는 이 유전자는 '세포'라는 껍데기를 얻고 그 껍데기를 조립하여 만든 '인간'이란 로봇에 탑승 했습니다. 이제 이들은 로봇을 프로그래밍 합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도킨스는 동물의-특히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은 전부 유전자가 자신을 남기기 위한, 즉 복제시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규정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기 위해 자손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일은 시간이 들고 체력이 듭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유전자를 복제하는 것 보다, 자신의 자식이 유전자를 복제하는 일이 이득일 경우 자식을 더이상 만들지 않도록 유전자에 의해 세팅 됩니다. 남성의 경우 노인의 발기 부전, 여성의 경우 폐경기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유전자를 복제하는 대신, 자신의 손자를 돌보는 일에 힘을 쓰도록 하는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의학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이 일이 잘 지켜졌습니다.)

다만, 이러한 일에도 부작용은 있습니다. 때때로 보이는 인간의 '이해되지 않는' 이타적인 행동은, 그것의 부작용-유전자적 관점에서의-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면 자신이 직접 아이를 낳지 않고 다른 아이를 입양하는 행위 등이 그런것이죠. 자신의 유전자는 전혀 복제되지 않지만, 인간은 공을 들여 아이를 기르고 거기에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이는 유전자가 아이를 낳고 기르라고 세팅한 이타심이 엉뚱한데서 힘을 발휘한다고 도킨스는 보는 것입니다.

도킨스의 이 이론은 이 책이 나온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거리입니다. 다윈론적 진화론은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에서 아직도 점진론과 단속론이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세부적인 부분에서 학자들의 이런저런 이론들이 쑥쑥 나오기 때문이겠지요. 도킨스의 책도 그러한 이론 중 하나로만 받아들이며 읽어야지, 이것을 '진화론의 정설이다!' 라고 생각하며 보기엔 무리가 있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반발 서적도 여러권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기적 유전자와 사회생물학:김상원 저>등이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는 교양서적이 아닌 전문서적인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국내판 번역이 좀 안좋다고 하더군요. 만약 이 책을 읽으실 분들께서는 홍영남 번역본이 아닌 이용철 번역본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만한 내용으로 생각합니다.